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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과 격리

by 미롱이모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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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리가 중요한 까닭은 무정부주의 원리가 야기하는 문제를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무정부주의 원리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모두 일어난다.'라는 4차원 양 자장 이론의 불문율이다. 무정부주의 원리의 문제는, 이론이 최종적으로 자연계에서는 볼 수 없는 상호 작용과 질량비를 예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고전 이론(양자 역학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에서 일어나지 않는 상호 작용이라고 해도 가상 입자가 있다면 모종의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상호 작용이 일어나면 또 다른 여러 상호 작용도 가능해진다.

 사람들이 아테나에게 내일 눈이 온다고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테나가 그 말을 아이카에 전하면, 그와 직접 대면하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아이카의 다음 날 복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당신이 보낸 가상의 충고를 받아들여 두꺼운 점퍼를 입고 집을 나설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입자가 가상 입자와 상호 작용하고 뒤이어 그 가상 입자가 세 번째 입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첫 번째 입자가 세 번째 입자와 상호 작용한 것과 같다. 무정부주의 원리로부터, 고전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호 작용이라도 가상 입자를 통해 일어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종종 원치 않는 상호 작용 과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겨난다.

 입자 물리학의 많은 문제가 무정부주의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 입자의 영향으로 생기는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양자 기여는 계층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힉스 입자가 어떤 경로를 취하든 무거운 가상 입자가 일시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이 힉스 입자를 무겁게 만드는 것이다.

 무정부주의 원리가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초대칭성 깨짐 이론에서는 가상 입자가 실험을 통해 일어날 리가 없다고 밝혀진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이 상호 작용은 쿼크나 경입자의 정체성을 바꾼다. 이처럼 향이 변하는 상호 작용은 자연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과정이다. 제대로 된 이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정부주의 원리가 야기하는 모순된 상호 작용을 제거해야만 한다.

 가상 입자가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은 예측으로만 이끌지도 않는다. 물리량에 대한 고전적인 기여와 양자적인 기여 사이에 엄청난 상쇄가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원치 않는 상호 작용을 예측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고전적 기여와 양자 역학적 기여가 각각 엄청나게 크다고 해도 둘을 합산했을 때의 결과가 타당한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회로를 통해 문제를 푸는 방법들은 참된 해결의 대용품이거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우연히 딱 들어맞는 그러한 계산을 통해 원치 않는 상호 작용을 제거하는 것을 근본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연의 힘을 빌린 계산 과정은 문제점을 어떻게든 덮어 두고 이론을 진전시키기 위한 교육시책일 뿐이다.

 물리학자들은 터무니없는 상호 작용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은 어떤 일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입자 물리학자들에게 '자연스럽다.'는 저절로 일어나는 일 그 이상이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라면,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리학자들은 오직 일어나야 한다고 기대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만 '자연스럽다.'라고 말한다.

 무정부주의 원리와 양자 기여가 야기하는 원치 않는 상호 작용으로 인해, 표준 모형의 기초가 되는 물리학 모형을 제대로 기능하는 것으로 수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대칭성이 그토록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4차원 세계에서 불필요한 상호 작용을 차단해 주는 유일한 자연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칭성은 원래 어떠한 상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추가적인 규칙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비유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6명이 식사하기 위해 식탁에 숟가락, 젓가락, 접시 등을 배열한다고 해 보자. 손님이 어디에 앉든 동일한 상차림을 받아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배열한다면 대칭 변환이 가능해진다. 만약 이 대칭성이 없다면, 어떤 사람은 숟가락 2개만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젓가락만 있거나 접시만 있게 된다. 하지만 대칭성이라는 제약이 있다면, 6명이 모두 같은 수의 숟가락, 젓가락, 접시를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대칭성이 성립하면 가능한 상호 작용이 다 일어나지는 않게 된다. 만약 고전 이론의 상호 작용이 대칭성을 이룬다면, 양자 기여로 인해 수많은 입자가 상호 작용을 한다고 해도 대칭성을 깨뜨리는 상호 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대칭성을 깨뜨리는 상호 작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가상 입자가 만드는 모든 상호 작용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한 대칭성 깨짐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식탁에 과일 포크나 티스푼을 추가하더라도 대칭성이라는 규칙을 확실히 지키기만 하면, 당신이 차린 식탁에서는 어떤 손님이든 동일한 상차림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양자 기여가 발생해도 대칭성을 깨뜨리는 상호 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대칭성이 고전 이론에서 이미 깨진 상태만 아니라면, 입자가 대칭성을 깨뜨리는 상호 작용하는 경로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물리학자들은 무정부주의 원리를 피하는 유일한 길이 대칭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흡족하게 먹고 난 어느 날, 라만 과 나의 머릿속에서 떨어져 있는 막을 이용한 해결책이 떠올랐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호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유를 대칭성을 통하지 않고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여분 차원을 설득력 있는 개념으로 만들어 주었다. 상호 작용하기를 원치 않는 입자들을 서로 격리하면 원치 않는 상호 작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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