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은 기본적으로는 당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의 제고를 목표로 하며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주어진 지역사회의 단면적 성격이 최대한 확보되게끔 적격의 시민집단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어진 관할 내 인구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12인으로 구현한다는 과제는 많은 경우 지난한 일임이 틀림없다. 동시에 비록 적격하다 하더라도 인적 구성의 양상이 어떠하냐는 재판의 실제에 있어서 평결의 결과를 가름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간 사건에서 12명 배심원의 남녀 성별 비율이나 연령분포 같은 요소는 실제 평결과 상관관계가 대단히 크며, 따라서 배심원의 구성이 확정될 때 이미 재판의 판결을 상당 정도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바로 이 점이 '로드니 킹'사건에서 크게 문제화되었으며 'O. J. Simpson' 사건의 배심에서 또한 경우는 다소 다르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배심원 후보(prospective jurors) 가운데서 적격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예비 심문(voir dire)의 절차는 그 중요성도 그러하거니와 소송당사자 양측이 큰 노력을 투입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발전된 정교한 심문 절차에 따라 양 소송당사자는 각기 부여된 전 단적 기피권(peremptory challenges) 또는 명시적 사유에 의한 제척권(strikes by cause)의 활용을 통해 후보 가운데 제척되고 남은 최종의 12명으로써 배심을 구성하게 되어 곧 사건에 대한 심리의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최소한 이론적으로 보면 배심의 임무는 사실상의 쟁점(issues of "fact")을 결정하고 판사의 직무는 법률상의 쟁점(issues of "law")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구분은 실제에 있어 명료하게 경계를 지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못될 때가 많다. 예컨대 사실상의 쟁점에 대한 배심 평결의 정당성 문제는 그 자체로써 법률상을 쟁점화하게 되는 까닭이다.
배심재판에 있어서 배심의 판단에 맡겨진 사실 상황에 관한 한 판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사회자 적인 것이 되며 소송의 당사자들은 법률 문외한인 배심원들의 이해와 설득을 위한 다양한 소송 기술을 동원하게 되는데 이 분야에 있어서 형성되고 발달한 법질서는 실로 영미법의 특색이라 할 것이다.
배심 석(jury box) 앞에서 양측은 직접 심문(direct examination)과 반대 심문(cross examination)을 행하며 필요에 따라 재반대 심문(redirect examination)과 재 직접 심문(recross examination)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양측에 의한 종결 변론이 원고변론 > 피고(인) 변론 > 원고 반론(rebuttal)의 순서로 진행되며 곧이어 판사에 의한 설시(charge)가 배심에 대해 내려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다음 배 심실(jury room)에 후퇴하여 판결을 위한 의견집약의 단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전원일치에 의해 평결이 형성되지만, 앞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영국의 경우 및 제한적으로 시험 중인 몇몇 미국 주의 민사 사건에서처럼 3분의 2 또는 75% 이상의 찬성에 의한 평결이 인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합의를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분열된 배심은 이른바 불일치 배심(hung jury)이라 하여 해산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배심을 구성하여야 하는 것이다.
흔히 행하여지는 경우는 물론 아니지만, 판사가 평결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그와 반대 또는 상이한 판결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는 사실인정이 현격히 불합리하고 법이론체계가 근본적으로 깨어진 평결일 때로 국한되는바, 판사는 평결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판결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평결 불복의 판결(judgement not with-standing the verdict, non obstante veredicto)이라 한다.
배심재판 제도가 영미 법질서에 미친 영향은 여러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사법절차에의 시민적 참여를 계속하여 유지해 오는 결과 법의 생활규범화를 가능케 하는 교육적 효과는 다른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하리라 본다. 1년에 200만 내지 300만명의 국민이 배심원으로 사법 과정의 일익이 담당한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사회 교육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법을 상식화시키고 사법 과정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게 하여 분쟁의 사법적 부탁을 활성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구 대비 소송 건수가 일반적으로 배심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도 부분적으로는 설명이 된다.
영미법이 배심재판에 의해 영향받은 바는 실체법의 영역에서보다는 주로 절차법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방대하고 정교한 증거법(Law of Evidence)은 세계의 다른 법계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인바 이는 대부분이 배심재판과 연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법절차가 주로 전문법조인들에 의해 운용되는 경우라면 증거능력의 구별 및 증거가치의 평정 등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며 또 자유심증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큰 위험이 수반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의 비전문가 집단인 배심에 이 같은 일련의 사항들이 맡겨질 때는 그 자체가 무리일뿐더러 그 결과 또한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증거법에 체계성과 정밀성은 여러모로 배심제와의 연관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며, 예컨대 전문증거배제의 원칙(rule against hearsay evidence)처럼 다른 법계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이 형성되고 발달하여 온 것도 비전문가 배심원들에서 으레 결여되어 있는 증거 채무의 선별 능력에 기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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