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칭성 이론에서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양자 기여는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 초대칭성이 있다면 깨진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초대칭성이 깨어져 있는 모형에서 표준 모형의 입자와 그 초대칭짝의 질량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에 힉스 입자 질량에 대한 양자 기여는 초대칭성이 깨지지 않았을 때처럼 완벽하게 상쇄되지 않는다. 그래서 초대칭성이 깨지면 가상 입자가 만드는 양자 기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힉스 입자의 질량에 미치는 양자 기여가 그리 크지 않다면 표준 모형은 미세 조정 같은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초대칭성이 깨졌다고 해도 그 효과가 작은 한, 표준 모형은 가벼운 힉스 입자를 가질 수 있다. 약간 깨진 초대칭성이라고 해도 가상의 에너지를 띤 입자가 만들어 내는 플랑크 규모 정도의 엄청난 양자 기여를 사라지게 할 만큼 아주 강력하기 때문이다. 매우 작은 초대칭성 깨짐만 있어도 억지스러운 상쇄 조작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초대칭성 깨진 정도가, 그 깨짐으로 인한 표준 모형 입자와 그 초대칭짝의 질량 차이에 억지스러운 보정이 필요할 정도 너무 크지 않고 적당히 작기를 바란다. 초대칭성이 깨지면서 힉스 입자의 질량은 양자 기여(가상 입자와 그 초대칭짝에 의한 양자 기여가 정확히 상쇄되지 않아서 0이 아닌 값을 갖는다.)를 받는데, 그 양자 기여의 정도는 결코 가상 입자와 그 초대칭짝의 질량 차이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상 입자와 그 초대칭짝 사이의 질량 차이는 약력 규모 질량 정도가 되어야만 한다. 그럴 경우 힉스 입자의 질량에 미치는 양자 기여 또한 약력 규모 정도가 되는데, 이는 힉스 입자의 질량으로는 딱 맞다.
표준 모형의 입자들이 가볍기 때문에, 입자와 그 초대칭짝 사이의 질량 차이는 초대칭짝의 질량과 거의 같다. 따라서 초대칭성이 계층성 문제를 해결한다면 초대칭짝의 질량은 약력 규모인 250기가 전기 볼트를 많이 넘어설 수 없다.
초대칭짝의 질량이 약력 규모와 비슷하다면, 힉스 입자 질량에 미치는 양자 기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초대칭성이 없는 이론에서는 힉스 입자 질량에 미치는 양자 기여가 10의 16승 정도로 큰 까닭에 힉스 입자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억지스러운 조작을 해야 했다. 반면 수백 기가전자볼트 정도의 질량 차로 초대칭성이 깨진 세계에서는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양자 효과 엄청나게 크지 않다.
수백 기가전자볼트 정도의 질량을 갖는 초대칭짝을 발견하려는 실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힉스 입자의 질량은 수백 기가전자볼트(힉스 입자의 질량에 막대한 양자 기여를 다시 주지 않기 위한 정도)보다 아주 크지 않아야 하며, 따라서 초대칭짝의 질량도 그와 비슷해야 한다. 즉 자연에 초대칭성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계층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초대칭짝은 수백 기가전자볼트 정도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데, 가까운 시일 내에 입자 가속기에서 초대칭성의 실험적 증거를 찾을 날이 임박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높은 에너지의 가속기인 테바트론보다 약간만 에너지가 높아도 초대칭짝이 존재하는 에너지 영역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가 이 에너지 영역을 탐사할 것이다. 수천 기가전자볼트까지 탐색할 LHC에서 초대칭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초대칭짝이 너무 무겁고 따라서 초대칭성 이론으로는 계층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럴 경우 초대칭성 이론은 폐기될 것이다.
하지만 초대칭성이 계층성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면, 임박한 실험은 엄청난 수확을 할 것이다. 현재의 초대칭성 이론에 따르면 1테라전자볼트(1,000기가전자볼트) 정도의 에너지 영역을 탐색하는 입자 가속기에서 힉스 입자는 물론이고 표준 모형 입자의 초대칭짝이 다수 발견될 것이기 때문이다. 슬렙 톤, 위노('wino'는 '와이뇨'라고 발음하면 뉴욕의 유흥가인, 바 워리 가를 헤매는 술꾼을 가리키기 때문에 '위노'라고 발음해야 한다.), 지노, 포티노는 물론이고 글루이노, 스쿼크도 보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입자들은 짝을 이루는 표준 모형의 입자와 같은 전하를 갖지만, 더 무거울 것이다. 충분한 에너지에서 충돌 실험을 행한다면 이 입자들을 놓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초대칭성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다. 초대칭성은 분명, 가상 입자가 힉스 입자의 질량에 주는 양자 기여를 제거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초대칭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 세계가 명백히 초 대칭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아는 입자들에 질량과 전하량이 같은 초대칭짝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발견되었어야 한다.
초대칭짝이 고에너지 실험에서 검출되지 않기 위해 가져야만 하는 최소한의 질량 값은, 초대칭짝의 전하량과 상호 작용 세기에 따라 결정된다. 상호 작용 세기가 강한 입자일수록 좀 더 쉽게 발견될 것이다. 따라서 관측되지 않으려면 강하게 상호 작용하는 입자들은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입자들보다 무거워야 한다. 현재 실험 수준에서 초대칭성 깨짐 모형들은, 만약 초대칭성이 존재하고 초대칭짝들이 존재한다면, 초대칭짝들이 최소한 수백 기가전자볼트 이상의 질량을 가져야만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만 이제껏 관측되지 않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쿼크처럼 강력을 통해 상호 작용해야 하는 초대칭짝은 다른 초대칭짝보다 훨씬 무거워서 최소한 수천 기가전자볼트 정도의 질량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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